대-화, 對-畵, Dialogue with Painting_Space One 2018


-, -, Dialogue with Painting

대화와 회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의 과정은 그대로 전시장 안에서 실현되고 녹화및 상영되며, 관객과의 대화, 라이브페인팅이라는 퍼포먼스적 요소와 카메라/프로젝터라는 미디어의 특성이 융합된 새로운 시도이다. 프로젝트의 복합적인 형태는 전시이자 곧 그 자체가 작품이 된다.
 하나의 작품으로 온전히 완성된 다음 전시가 되는 회화장르의 제작과정을 뒤집어, 기록하고자 하는 상황을 일상적인 동시에 퍼포먼스처럼 연출하고 그에 대한 미디어 기록을 활용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본 작가의 라이브페인팅 프로젝트는 작가를 처음 만난 타인의 모습과 배경이 담긴 상황자체를 실시간으로 그리던 형식에서 직접 작가와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관계를 형성해 그 상황을 라이브로 그리는 형식으로 옮겨왔다.
작가에 의해 참여자가 영상으로 전시장에 노출이 되고, 이를 작가가 직접 다시 페인팅을 하는 과정이 액자식 구성처럼 전시장에 다시 노출이 된다.  일상적인 작가와 참여자의 대화 퍼포먼스가 회화작품으로 옮겨지기 전, 중간에 미디어를 통한 재현은 직접 체험하는 참여자뿐만 아니라 일반 외부 관람객들에게도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시한다.





대화 퍼포먼스 진행장면

대화할 주제목록을 만들어 참여자(관객)와 주제목록 중 하나를 골라 이야기를 나눈다. 대화하는 동안 두 사람의 앞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대화하는 얼굴이 녹화되고 전시장 양쪽 벽면에 설치된 캔버스에 모니터에서 나오는 영상이 프로젝터를 통해 비춰진다. 대화가 끝나면 참여자가 다음 참여자가 작가와 나눌 대화의 주제를 목록에서 선택하는 방법으로 릴레이 식으로 진행한다.



대화 주제 목록
1. 아프리카 방송, 유투브 등을 통한 1인 방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과 같이 인터넷 상에서의 개인 노출의 현상에 대해. 
2. 당신이 예술가라면, 예술가로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에 대해.
3. 현재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YOLO(욜로: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여 소비하는 태도)에 대해.
4. 당신이 꿈꾸는 미래에 대해.
5. 당신이 예술가가 아니라면, 좋아하는 예술가와 예술의 필요성에 대해.
6. 최근에 읽은 책이 있다면, 그 책에 대해.
7. 당신이 예술가가 아니라면, 예술작품의 가격과 판매에 대해. 


대화 퍼포먼스 후 라이브드로잉 진행장면






Live Portrait, acrylic on OHP film

전통적인 회화작업이 대상을 관찰하고 기억한 것을 화면에 옮기는 방식이었다면 21세기에 진행하는 -는 회화적 특성인 포착을 미디어를 활용한 다중적 포착으로 확장시키며대화하는 순간들의 흔적을 계속 뒤쫓아 대상과 시간성을 담아낸다.








Installation_Dialogue with Painting, mixed media, 2018








                                        

                                    















  정고요나 개인전 <라이브 캠 페인팅 네번째 이야기: -(-, Dialogue with painting)>


확장된 라이브, 대화對話 : -

임경민(JCC미술관 큐레이터)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가상을 중심으로 실재한다. ‘좋아요의 수나 영상의 횟수는
측정치로서 우리에게 객관적인 평가로 다가오기에 그 영향력이 적지 않다. 자신의 모습, 일상, 동선이 모두 드러나는 데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던 것도 옛말이 되었다. 내가 모르는 불특정다수가 나의 생김새, 하는 일, 취향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정보를 스스로 드러내고
이 내용은 데이터화 되어 마케팅, 리서치, 사회현상의 분석자료가 된다. 여기까지는 대체로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의 통제 하에 편집이나 가공 후 게시된다. 그래서 정고요나 작가가 2016년 처음 라이브 페인팅
live painting’에서 어딘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의 생활을 그린다고 했을 때 무척 놀랐다. 범죄의 일환으로 집 안에 소위 몰카라는 것이 설치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집 안을 웹에 실시간으로 노출하는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개인을 온라인상에 노출하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어 크리에이터creator라는 이름으로 개인컨텐츠를 통해 사회적 활동을 하는 이들이 각광받기 시작했고, ‘라이브live라는 타이틀로 개인은 원하는 시간 아무때고 일인방송을 공지하고 업로드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서술하는 것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일반화 된 요즘이기에 작가가 이러한 컨텐츠를 회화로 전환하는 작업이 새롭다. 고정된 배경을 캔버스에 그려 넣고
영상의 주인공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시간에 따라 선으로 추적해 그린다. 이 과정을 현장에서 퍼포먼스로 진행하기 때문에 쭉 지켜본다면 우리는 실시간으로 작품이 진행되는 모습을 따라 그들의 움직임이 중첩되는 것을 볼 수 있고, 작품이 마무리 되었을 때 작업이 진행된 동안
그들의 주된 동선이 어떠했는지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소파에 주로 누워서 쉬었다던지,
뒤편의 부엌과 냉장고를 오갔거나 특정 문으로 출입했다는 내용도 알 수 있게 된다. 정해진 구도를 화면에 넣기로 하고, 포착된 장면을 완성하는 일반적인 회화의 속성 위에 시간이 더해진 것이다. 이는 라이브 캠
live cam이라는 매체가 보여주는 내용을 형식상 아크릴화+크로키로 담은 것인데 이 지점에서 나는 문득 인상파를 떠올렸다.
19세기 프랑스의 실증주의와 사실주의를 반영, 빛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한 화면에 그린 인상파는 큰 시선에서 볼 때 사회현상을 작품제작의 동력으로 삼아,
실제로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색을 하나의 작품에 담았다. 순간이나 정지된 모습 즉, 시각
時刻이 아니라 시간時間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인상파와 작가의 라이브 페인팅은 닮았다. 반면 여러 번의 포착이 형태의 완성과 색채의 특징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움직임을 노출하는
선 중심이라는 것이 대별되는 점이며, 실시간으로 생활하는 대상을 그리는 과정이 다시 실시간으로 전시의 한 요소로 작용하는 현장성이 정고요나 작가만의 특징이라 하겠다.
이제 네 번째 라이브 캠 페인팅이 된 이번 전시에서는 라이브라는 의미의 축이 다소 이동했다. 전시 전이나 후에 계속해서 익명이었던 대상은 사라지고 작가와 마주앉은 사람이
화면의 주인공이 되는 이번 전시는 실시간으로 그리는라이브 페인팅이 아니다.
가상이, 일방적인 송출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 마주 앉아 실시간으로 나눈 이야기를

받아들인 작가가 배경 캔버스에 투사되는 인물에 대화의 기억과 감정을 담아
선과 색으로 충첩해 표현한다. 여기에서 라이브는 뜻으로 보자면 살아있는, 유효한에 가깝다고 할 수 있고 형식으로 보자면 전시 중에 작품이 시작-완성-게시되는것이다.
퍼포먼스는 일반적으로 전시의 주제를 반영해 퍼포머가 자신이 구성한 형식으로 현장에서 선보이거나 관람자와 함께 완성한 후 기록영상이 상영되거나 혹은 그 시간 외에는 전시장에서 볼 수 없어 그 자체가 라이브의 속성을 지닌다. 때문에 비디오의 형식으로 남게 되는데, 고요나 작가의 이번 전시에서 퍼포먼스는 녹화되자마자 회화로 전환된다. 이 전 과정 전체를 하나의 실시간 프로젝트로 본다면 기존의 라이브의 의미는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주하고 대화하던 퍼포머에서 순간 화가가 되어 자신의 회화적 감각으로 그린 그림은
참여자의 실제 모습이 아니지만 참여자다. 이 희한한 사실에 조금 놀라면서 회화를 그려온
작가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참여자로서 이 그림이 살아있는, 유효한이라는 뜻의
라이브 페인팅으로 느껴졌다.
이번 전시에서 영상은 대화의 내용을 보여주고, ‘-와 짝을 이루어
말 그대로 혼합매체
mixed media가 된다. 전시 전체는 하나의 캡션으로 정의될 수 있다.
“<-(-, Dialogue with painting)>, 혼합매체, 가변크기, 스페이스원, 2018”

사람을 만나고 요즘의 관심사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고 그 시간을 영상으로, 회화로 남기는 전 과정이 담긴 이 전시를 보면서 결국 사생활과 생각을 게시하고 내보내는 행위는 동시에 더 많은 사람과 무언가를 나누고 싶다는 욕구의 표출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무언가는 어쩌면 함께 있는 공간이 가진 공기, 인상, 서로에게 가 닿는 파장, 기억의 공유 같은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번 전시가 살아있다면 누군가가 필요한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입체적으로 채워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무엇이든 예술이 되는 과정에서 정의하기 힘든 발효 같은 현상이 작용하듯 단순한 대화와 기록이 아니라 작품에 요청되는 관람자나 참여자의 바람을 포함한 작품으로서 라이브의 확장이다.
작가의 활동을 계속 지켜보면서, 우리가 이제는 그저 평범한 일처럼 타인의 삶을 보지만
남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직접 보는 일이 있으리라 상상하지 못했던 때가 있고 모르는 사람과 가상의 영역에서 친구가 되어 삶의 어느 단면에서 관계를 형성하게 될 줄 모르던 때처럼 지금,
그 일상과 대화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회화로 그려질 줄 몰랐던 때가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장르에 갇히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작가의 확장된 다음 라이브를 또 기대하고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